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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눈물

전 정섭 2012. 10. 26. 22:39

아빠의 눈물

명지가 열여섯 살 때였다.
명지네 가족은 폭우가 쏟아지는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명지는 다리를 다쳤고, 두 개의 보조다리 없이는
몇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불행은 명지 하나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명지보다는 덜했지만 명지 아빠도
보조다리 없이는 걸을 수 없게 되었다.
명지 아빠는 명지 엄마의 도움을 받으며
하던 약국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 후, 명지는 사춘기를 보내며 늘 열등감에 시달렸다.
명지가 밥도 먹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울고 있을 때
명지를 위로해준 사람은 아빠였다.
정신까지 절룩거리는 명지에게는
정상인인 엄마가 끌어안을 수 없는 아픔이 있었다.
명지 아빠는 명지의 아픔을 낱낱이 알고 있었다.
명지 아빠는 명지 마음속으로 들어가 명지를 지켜주었다.
아빠의 사랑으로 명지는 무사히 사춘기를 넘기고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 입학식 날, 명지 아빠는 명지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입학식을 마치고 대학 정문을 나올 때였다.

눈앞에서 아주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차가 다니는 도로 쪽으로 한 어린 아이가 뛰어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앞서 걸어가던 명지 아빠가 보조다리도 없이
아이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명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아빠가 그 아이를 안고 인도로 나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빠…."
명지는 너무 놀라 소리쳤지만 아빠는 못 들은 척
보조다리를 양팔에 끼고 서둘러 가버렸다.
"엄마! 엄마도 봤지? 아빠 걷는 거…."
하지만 명지 엄마의 얼굴은 담담했다.
"명지야, 놀라지 말고 들어.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 거라 생각했어.
아빠는 보조다리가 필요 없는 정상인이야.
우리가 고속도로에서 사고 당했을 때 아빠는 팔만 다치셨어.
그런데 4년 동안 보조다리를 짚고 다니신 거야.
너 혼자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성한 몸으로는 누구도 아픈 너를 위로할 수 없다고 말야."

엄마의 말에 명지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명지야, 울지 마….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아빠는 견디지 못하셨을 거야.
불편한 몸으로 살아오시며 너를 위로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아빠가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셨는데….
오늘은 그 어린것이 교통사고로 너처럼 될까봐서…."
명지 엄마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멀리 보이는 명지 아빠는 여전히 보조다리에
몸을 의지한 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아빠를 바라보는 명지의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연탄길』
(이철환 지음 | 랜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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