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말하기의 행복

말더듬 <전재홍 `김기덕 감독님 뛰어넘고 싶어`>

전 정섭 2011. 6. 26. 21:19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영화 '풍산개' 연출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영화를 만들고 싶은 20대 청년이 우상으로 여기던 김기덕 감독을 만나려고 2005년 칸 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짧은 만남 후 그는 김 감독에게 자신의 단편영화 DVD를 보냈다.

"네 영화 봤다. 특이하더라." 그해 겨울 한국에서 김 감독을 다시 만난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칭찬'을 받았다. 김 감독에게서 영화를 배우려고 곧바로 미국에서 짐을 싸들고 한국에 들어왔다.

김기덕 감독의 연출부를 거쳐 김 감독이 각본을 쓰고 제작한 영화 '풍산개'(23일 개봉)를 연출한 전재홍(34) 감독의 이야기다.

전 감독이 '풍산개'의 메가폰을 잡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 감독의 조연출 출신인 다른 감독이 연출할 계획이었지만 물거품이 되자 김 감독은 첫 장편 '아름답다' 이후 기회를 잡지 못하던 전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건넸다.

"김기덕필름이 거의 붕괴한 상태였어요. 너무 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다이너마이트처럼 터졌어요. 시나리오를 읽어보고선 당장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저 자신을 믿을 수 있을까 싶어서 두번 더 읽어보고 나서 하겠다고 했어요. 사무실도 없는 상황이라 남들은 다 불가능한 프로젝트라고 했죠."

지난 15일 연합뉴스와 만난 전재홍 감독은 영화를 만들게 된 상황을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는 제작비로는 김기덕 감독의 전 재산 2억원이 들었다면서 "오기가 생겼다. 한국 영화계에 열정으로 만든 영화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풍산개'는 휴전선을 넘나들며 사람과 물건을 배송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 풍산(윤계상)이 남한으로 탈출한 북한 고위 간부의 애인 인옥(김규리)을 데려오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풍산개는 호랑이도 잡는 맹수지만 주인에게는 온순해요. 풍산도 강하지만 인간적인 캐릭터죠. 뭔가 한이 있는 듯하면서 남북한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위로해주고 싶어해요."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풍산 역으로 가장 먼저 떠올린 배우는 윤계상이었다고 했다. 부드러운 이미지 때문에 배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는 윤계상을 만나는 순간 풍산 역에 적임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는 배우인데 항상 비슷한 걸 하더라고요. 선입견에 갇힌 배우 같았어요. 저도 예술영화만 잘한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같은 고민이 있는 사람끼리 뚫어보자는 생각이 강했죠."

영화 막판, 남북 양쪽에서 이용당한 풍산이 복수를 하는 신이 특히 의미심장하다. 전 감독은 "현재 남북한의 대치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긴장감을 놓치고 싶지 않아 반나절만에 찍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풍산개'가 "분단을 소재로 했지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통해 김기덕필름을 다시 일으키고 배우 윤계상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전재홍 감독은 김흥수 화백의 외손자로 6살 때부터 미술을 배웠고 성악과 경영학을 함께 전공한 특이한 이력이 있다. 1993년 가족이 이민해 미국 뉴욕에서 살았고 대학은 오스트리아에서 나왔다.

그는 어릴 때 말더듬증이 있어서 성악을 시작했다고 했다. 콜린 퍼스 주연의 영화 '킹스 스피치'에 나오는 조지 6세보다 상태가 심했지만, 성악을 하면서 많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 더듬는 게 너무 창피했지만, 지금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영화를 하는데도 도움이 됐다. 혼자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생각이나 상상을 많이 하다 보니 나만의 시선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늘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전 감독은 어느 날 갑자기 영화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무작정 캠코더를 들고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 오페라의 아리아를 부르는 것보다 자신의 것을 창조해서 많은 대중과 나눌 수 있는 영화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그는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면서 성장했다. "그런 좋은 선생님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영화만이 아니라 인생에서 많은 걸 가르쳐 주신 스승 이상의 자상한 아버지 같은 분이죠."

'제2의 김기덕'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가장 존경하는 분이니 그런 소리가 나쁘진 않다"면서 "거기에 맞는 영화를 해야 한다는 채찍질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기덕 감독님은 '나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하세요. 엄청난 부담감이죠. 아마 평생 못 뛰어넘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달려가야죠."

영화는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생동감 넘치는 빠른 영화, 대중적인 영화를 찍고 싶다고 했다.

kimyg@yna.co.kr
(끝)






www.shop-dwg.co.kr 구인, 구직



P 전정섭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