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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3 2편보단 낫고, 1편보다 못한…트랜스...

전 정섭 2011. 6. 29. 22:33

ㆍ3D로 찾아온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3’

2편보다 낫고 1편보다 못하다. 대단하지만 놀랍지는 않다. 전편들의 장점과 단점도 여전하다. 2007년, 2009년 개봉해 한국에서만 도합 1500만 가까운 관객을 불러모은 시리즈. 2편이 나온 지 2년 만인 올 여름 (29일 개봉)가 다시 찾아왔다. 멋진 자동차, 변신 로봇, 미녀 여자친구라는 남성 혹은 소년의 ‘로망’을 전시한 시리즈였다.

기계생명체인 오토봇과 디셉티콘 무리들은 선과 악으로 갈려 싸우고 있다. 오토봇은 무리의 수장 센티넬에게 마지막 희망을 걸지만, 센티넬은 달에 불시착한다.

여기서부터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에 얽힌 상상력이 발동된다. 미·소의 경쟁은 우주에 먼저 도착하겠다는 순수한 의도가 아닌, 달에 떨어진 외계 문명의 잔재를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체르노빌도 그때 가져온 에너지원이 잘못돼 일어난 참사였다. 훗날 센티넬의 참모습이 밝혀지고, 전편에서 활약한 청년 샘 윗윅키(샤이어 라보프)는 새 여자친구 칼리(로지 헌팅턴 휘틀리)와 함께 오토봇을 도와 디셉티콘에 대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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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은 1억5000만달러, 2편은 2억달러의 제작비가 들었고, 3편은 그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한 주 먼저 개봉한 한국영화 순제작비(2억원)의 1000배를 넘는다. 의 주인공은 장대 하나로 휴전선을 넘었는데, 에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첨단 무기들이 등장한다.

종반부 액션 장면은 리듬 조절 없이 몰아붙인다. 대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마천루들이 가로로 쓰러지고, 자그마한 인간들은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여름 영화의 주요 고객인 청소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낮은 관람 등급을 받아야 하기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도 피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영화인들도 생각은 하겠지만 시도는 못하는 액션을 마이클 베이 감독은 기술과 자본의 힘으로 만들어낸다. 미군이 자랑하는 첨단 무기들과 기계생명체들의 현란한 변신술이 시청각을 자극한다. 게다가 이번엔 시리즈 중 처음으로 3D로 촬영됐다. 자극이 증폭된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 시리즈의 약점은 시나리오였다. 특히 2편의 시나리오는 반복되는 액션을 헐겁게 이어붙이는 접착제 역할도 해내지 못했다. 3편은 그보다는 낫다. ‘세계를 두 번이나 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샘은 정작 취직을 못해 여자친구 집에 얹혀사는 신세다. 가까스로 취직해 우편물 배달 업무를 맡지만, 마음만은 회사원이 아닌 영웅을 꿈꾼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문제는 트랜스포머다. 옵티머스 프라임, 메가트론 등의 트랜스포머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시키기 힘들다. 그 이유는 그들을 실현시킨 컴퓨터그래픽이 어색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욕망, 음모, 기지가 유치원생들의 골목싸움 수준이기 때문이다. 웅장한 저음의 목소리로 “한때 신이었다”고 주장하는 트랜스포머들이지만 생각은 얕고 행동은 성급하다.

전편에서 윗윅키의 연인으로 등장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메간 폭스는 감독에게 대들었다가 제작자 스티븐 스필버그의 노여움을 사 퇴출됐다. 대신 등장한 이는 연기 경력이 전무한 로지 헌팅턴 휘틀리. 글래머 모델들의 등용문과도 같은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이었던 그녀는 얼굴이 아니라 팬티만 입은 엉덩이부터 스크린에 등장한다.

등 베이의 전작에서도 드러난 ‘미국 중심적 사고’도 다시 짚어봐야겠다. 미국 영화니까 미국 중심으로 사고한다고 이해하기엔, 의 군사적 모험주의는 도를 넘는다. ‘오바마 시대’가 열린 지도 2년이 지났지만, 영화에는 “자유의 이름으로 전쟁을 선포한다”는 부시 시대의 구호가 다시 등장한다. 인간과 동맹을 맺고 있는 오토봇들은 “인간이 자멸하지 않도록” 지구의 질서를 유지하는 일을 돕는데, 그 일이란 것은 ‘중동의 불법 핵시설’의 초토화다. 선과 악의 전투가 마무리된 후, 끝부분이 불탄 성조기가 위풍당당하게 펄럭이는 엔딩도 ‘미국영화니까’라고 이해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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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전정섭님의 파란블로그에서 발행된 글입니다.